비상계엄이라니요

 
 
 12월 3일, 모두 알고 계시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 집에서 컴퓨터를 잘하지 않는데, 그날은 어쩐 일로 보고 싶은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PC를 켰더랬죠. 한 시간이 넘는 영상이라서 PC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록색 창을 열자마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단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클릭해 봤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확인해보고 있던 중,
회사 대표님의 연락이 왔고 상황을 확인한 후 내일 오전에 추가 공지를 하겠다는 내용을 전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택근무를 시켜야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상황 판단을 위해서 비상계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언급한 적 있었던 거 같은데, 제 대학교 전공은 법학입니다.
이제는 근로기준법 정도나 간간히 내용 점검을 위해 검색하는 수준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헌법을 검색하게 됐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헌법은 법대에서 1학년에 배우는 과목입니다.
정말 오래전에나 봤던 기억인데 2024년에, 그것도 비상계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 때문에 다시 찾아볼 거라는 생각은 당연하게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비상계엄을 겪어본 세대는 아니다 보니, 사실 윗 세대 분들에 비해 뼈저리게 와닿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저보다 선배이신 분들이 피 흘리면서 얻어낸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죠.
 
비상계엄이 뭐 별거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릴만한 부분은, 이 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제한은 계엄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다는 부분이 더 큰 문제겠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서 비상계엄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한함) 국회에 비상계엄의 해제 권한도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헌법에서 정하는 비상계엄의 권한은 "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입니다. 여기에 입법부인 국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가볍지 않은, 중요하고 큰 권력입니다.
그런데 그 권력은 대통령만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회 또한 국민의 위임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회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습니다.
지난 군사정권에서 총칼로 국회를 해산한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만으로는 국회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비상계엄에서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내용을 포고령 가장 상단에 두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분명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권한 밖의 행동을 했음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국회와 선관위가 군화 발로 더럽혀진 이 사태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며칠이 지나다 보니 여러 가지 폭로들이 나오고, 이제 공중파 뉴스에서도 내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치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갖고 있느냐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며, 선배들이 피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